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개발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면서, 소프트웨어 복제와 시스템 이전, 서비스 연동이 훨씬 쉬워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복제 비용, 전환 비용, 생태계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해자(moat)'를 약화시키며, 산업이 소수의 초대형 기업과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로 양극화되는 '바벨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인터넷이 신문 산업에 미친 영향과 유사합니다. 인터넷 이전에는 지역 독점적 배포 인프라를 가진 중간 규모 신문사들이 강세였지만, 인터넷으로 배포 비용이 0이 되면서 뉴욕타임즈 같은 세계적 대형 신문과 레니의 뉴스레터(Lenny's Newsletter) 같은 개인/소규모 발행인이 급부상하고, 중간 규모 신문들은 쇠퇴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AI를 통해 개발 역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아마존(Amazon)처럼 매일 막대한 양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이익을 재투자하며 쌓아 올린 '축적된 제품 규모' 자체가 강력한 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별 기능의 복제는 쉬워져도, 전체 제품을 따라잡는 데는 여전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업 시장에서는 영업, 마케팅, 재무, 인사 등 부서별 또는 산업별로 하나의 AI 네이티브 올인원 시스템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플링(Rippling)과 같은 통합 시스템이 중소·중견기업의 주류가 되고, 법률, 금융, 의료 등 특정 산업에서도 하나의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특정 틈새시장을 겨냥해 만드는 '작은 소프트웨어'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2010년대 쇼피파이(Shopify)와 메타 광고(Meta Ads)가 촉진했던 소비자 직접 판매(D2C) 사업의 급증과 유사한 흐름으로, 러버블(Lovable), 볼트닷뉴(bolt.new), 와비(Wabi) 같은 도구들이 이러한 작은 소프트웨어의 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소규모 사업이 벤처 투자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서브스택(Substack)처럼 창업자나 소규모 팀이 사업 전체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형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