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와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과학자들이 개발한 새로운 HIV 백신이 영장류 전임상 연구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HIV 감염 및 에이즈(AIDS)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백신은 영장류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의 '광범위 중화 항체(broadly neutralizing antibodies)'를 생성하도록 유도했으며, 이는 HIV와 싸우는 항체 반응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14년간의 연구 협력 끝에 개발된 이 백신은 현재 인체 임상 시험에 돌입했습니다.
이 백신의 핵심은 면역 체계의 B세포 성숙 과정을 정교하게 조작하는 데 있습니다. HIV는 당분자(glycans)로 이루어진 끊임없이 변하는 외피로 자신을 위장하고, 빠르게 돌연변이하며, 세포 감염 시 모양을 바꾸는 등 면역 체계의 공격을 회피하는 복잡한 방어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B세포는 효과적인 항체를 개발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합니다. 연구팀은 HIV 감염자 중 소수에게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의 핵심 구조를 인식하고 중화할 수 있는 매우 희귀한 광범위 중화 항체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B세포가 이러한 항체를 만들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을 역추적하여, HIV 외피 단백질의 특정 부분을 B세포에 조기에 노출시키는 '항원(antigens)'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항원들은 B세포가 HIV를 정확히 인식하고 중화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분자 공학 기술을 활용해 실제 HIV 항원과 유사한 백신 분자를 만들었습니다. 이 백신은 붉은털원숭이(rhesus macaques)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먼저 '프라이밍(priming)' 백신으로 미성숙 B세포를 활성화한 뒤, 일련의 '셰퍼딩(shepherding)' 부스터 샷을 통해 B세포가 광범위 중화 항체로 성숙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새로운 접근 방식은 면역 반응의 방향을 전환하여 희귀했던 광범위 중화 항체 반응을 일반적인 반응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HIV 백신 개발의 오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되며, 인류의 오랜 숙원인 HIV 퇴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