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워싱턴 D.C. 외곽에서 전력선 하나가 고장 나자, 인근에 밀집한 3기가와트(GW) 이상의 데이터센터들이 거의 동시에 전력망에서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PJM 전력망(뉴저지부터 일리노이까지 6,700만 고객 담당) 전체에 걸쳐 전압이 급등하고 지역 전등이 깜빡이는 현상이 10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이 전력망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등으로 평가됩니다.
팅 랩스(Ting Labs)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력선 고장으로 데이터센터들이 백업 전원으로 전환하면서 약 3.1GW의 부하가 30초 만에 사라졌습니다. 이는 당시 PJM 전체 전력 수요의 약 3%에 해당하며, 전력망에 3.49GW의 과잉 전력이 발생해 전압 불균형을 초래했습니다. 전력망은 공급과 수요의 미세한 균형이 필수적인데, 데이터센터들이 전압 변동에 일제히 반응해 동시에 이탈하면서 오히려 더 큰 전력 불균형을 야기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스타트업 온.에너지(ON.Energy)는 데이터센터 전체 캠퍼스를 위한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를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서버뿐만 아니라 냉각 장치 등 모든 장비를 아우르는 배터리 뱅크와 정교한 전력 변환 장치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전력망 뒤에 숨겨, 전력망 입장에서는 하나의 일관되고 안정적인 부하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는 AI 학습 등 컴퓨팅 부하를 유연하게 조절하면서도 전력망에 부담을 주지 않고, 오히려 전력망의 변동을 흡수하여 안정화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온.에너지는 4개 데이터센터 캠퍼스에 총 3GW 규모의 시스템을 설치 중이며, 텍사스 전력망 운영사인 ERCOT 등 일부 전력 관리 기관은 데이터센터에 전력망 교란을 '견뎌내도록(ride through)'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유사한 사건보다 두 배 큰 규모로, 당시 60개 데이터센터가 1.5GW의 부하를 동시에 이탈시켰습니다. 데이터센터가 PJM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6%에서 2040년에는 24%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력망 안정성 문제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데이터센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분산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같은 기술 도입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전력 공급 문제를 넘어 국가 인프라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