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디자이너, 분석가, 법률가 등 다양한 전문직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유사한 작업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를 '엔지니어화(engineerification)'라고 부르는데,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것을 넘어 도메인 전문가가 자신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직접 만들고, 감독하며, 개선하는 책임을 맡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개별 결과물을 만드는 대신, 결과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설계하고 감독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과거에는 코딩 도우미가 코드 일부를 완성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GitHub Copilot Workspace나 SWE-agent처럼 저장소(repository) 단위의 작업을 모델에게 위임하고, 개발자는 의도 정의, 제약 설정, 테스트, 아키텍처 설계, 결과 검증 등 시스템 설계와 감독 역할에 집중합니다. GTM(Go-To-Market) 엔지니어링에서는 수동적인 계정 조사를 넘어 데이터 보강, 점수화, 행동 라우팅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분석 엔지니어링(Analytics Engineering)은 분석 작업을 버전 관리되는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모듈화, 테스트, 배포 과정을 도입합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디자이너가 Figma를 넘어 직접 코드로 프로토타입을 구현하며, 연구, 법률, 기술 문서,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도 버전 관리, 자동화된 검사, 정책 코드화(policy as code) 등 엔지니어링 원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화의 핵심은 도메인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을 직접 실행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수학자는 프로그래머를 기다리지 않고 수치적 직관을 시험하고, 디자이너는 정적 목업 대신 실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문제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문제를 둘러싼 시스템을 직접 수정하여 번역 단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것만 중요해지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형식화되지 않은 중요한 맥락이나 가치 판단이 시스템 밖의 것으로 간주되거나, 시스템이 세계 전체라고 착각하는 '엔지니어링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AI가 구현을 쉽게 만들수록 엔지니어링 책임은 더 넓게 퍼지며, 시스템의 경계를 이해하고 그 밖의 것을 탐색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유지하는 '관리(stewardship)'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