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초기 개발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자체 개발(Build)과 외부 솔루션 구매(Buy) 사이에서 고민하는 양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엄두 내기 어려웠던 맞춤형 도구 제작이 AI 덕분에 몇 명의 개발자와 AI 토큰 비용만으로 가능해졌지만, 이는 초기 개발 비용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수년간 이어질 유지보수, 보안 패치, 장애 대응, 그리고 담당자 이탈 시의 인수인계 등 장기적인 운영 비용과 책임은 여전히 기업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러한 딜레마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한 B2B 스타트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인증 시스템을 자체 구축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초기 구현을 마쳤지만, 이후 끊임없이 발생하는 보안 업데이트와 패치, 기업 고객의 보안 심사 대응에 막대한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해야 했습니다. 결국 상용 인증 서비스로 전환했고, 전환 직후 기존 오픈소스에서 심각한 취약점이 발견되어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초기 라이선스 비용 절감액이 개발 시간, 출시 지연, 경영진의 고객 대응 시간 등으로 상쇄되거나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자체 개발 여부는 단기적인 개발 비용이 아닌, 3~5년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접근하고, 장애 발생 시의 피해 범위, 장기 운영 책임자, 사업 차별화 기여도, 그리고 향후 교체 용이성 등 네 가지 핵심 질문을 통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자체 개발이 여전히 합리적인 영역은 무엇일까요? 작고 영향이 제한적이며 교체하기 쉬운 도구, 상용 제품이 회사의 업무 방식을 크게 바꾸도록 요구하는 소규모 서비스, 그리고 어떤 공급업체도 대신 만들어주지 않을 시스템 간 연결이나 맞춤 작업 등이 해당합니다. 반면 인증, 신원 관리, 결제, 고객 데이터 보관 시스템 등 서비스 운영의 핵심 기능은 여전히 자체 개발의 위험이 큽니다. 이러한 기능은 안정성과 보안을 전담하는 전문 기업의 투자와 역량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AI가 개발의 문턱을 낮춘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장기적인 책임과 위험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업은 엔지니어의 흥미와 사업적 타당성을 구분하고, 재무팀에는 장기 비용과 외부 위탁의 가치를, 경영진에게는 데모 뒤에 숨겨진 운영 비용과 인력을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만드는 편이 더 싼가'가 아니라 '무엇을 앞으로도 계속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