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가 범죄를 없애려면 사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차량 감시망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현재 미국 법 집행기관 약 40%가 플록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13만 대 이상의 카메라가 알래스카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도로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 카메라는 단순 번호판을 넘어 차량 제조사, 모델, 색상까지 기록하며, 경찰은 영장이나 사법적 승인 없이 이 데이터를 체포 및 법정 증거로 활용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플록 세이프티의 창업자 개럿 랭글리(Garrett Langley)는 2017년 애틀랜타 주거지역의 반복된 절도 사건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안드로이드(Android) 휴대전화와 태양광 패널을 결합한 번호판 판독 카메라를 주택소유자협회와 민간 주거단지에 판매했으며, 이후 법 집행기관과 협력하며 전국 단위 감시망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현재 기업가치는 8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며,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범죄 조직 해체, 아동 납치 저지 등 수사 성과를 강조하지만, 경찰관의 전 연인 추적, 낙태 혐의 조사, 이민자 단속 등 데이터 오용 사례가 드러나면서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도입 및 운영 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플록 세이프티의 확산은 9.11 테러 이후 '안전을 위해 사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는 감시 확대 논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변의 물리적 카메라가 익명성 상실을 눈에 보이게 드러내면서, 'DeFlock'과 같은 크라우드소싱 앱을 통해 카메라 위치를 공유하고 파손을 독려하는 반대 운동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랭글리 창업자는 제품의 윤리적 책임과 규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들이 맡아야 한다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이지만, 이는 기술이 주는 역량 확대와 개인의 권한 축소가 분리될 수 없다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미국 헌법에는 사생활권에 대한 명시적 보장이 없어 법적 범위가 정치적 요구에 따라 축소되거나 확대되어 왔습니다. 디지털 데이터로의 전환은 20세기에 확장된 사생활권의 효력을 약화시켰고, 플록과 같은 민간 기업이 정부의 대리인처럼 감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헌법상 제약을 우회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플록이 온라인 플랫폼처럼 필수적인 존재가 될 경우, 감시하지 않는 세계의 폭력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의심을 공동체의 기본 규범으로 삼는 '탈출구 없는 감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는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억압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