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며 내세웠던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 비전이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기술(tech) 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유럽 내 주요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시켰지만, 최근 프랑스의 심각한 부채 위기와 사회 불안이 겹치면서 기술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투자 환경도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2017년 파리에 유럽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Station F)를 개관하고, 2020년에는 25억 유로(약 3조 7천억 원) 규모의 '프렌치 테크 이니셔티브(French Tech Initiative)'를 발표하며 스타트업 투자를 독려했습니다. 그 결과, 2018년 17억 달러(약 2조 3천억 원)였던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액은 2022년 135억 달러(약 18조 5천억 원)로 급증하며 영국, 독일에 이어 유럽 3대 스타트업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딥테크(deep tech)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유니콘 기업(unicorn)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는 2023년부터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액은 41억 유로(약 6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 둔화와 고금리 기조의 영향도 있지만, 프랑스 내부의 부채 위기와 연금 개혁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마크롱 정부가 초기 약속과 달리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 소홀하다고 비판하며, '스타트업 국가'라는 구호에 비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테크 생태계의 이러한 변화는 유럽 전체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때 유럽의 혁신을 이끌던 프랑스가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와 성장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 차원의 기술 경쟁력 강화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프랑스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