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의 품질 저하와 사용자 통제권 상실이 심화되면서, 이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블랙 필(Black Pill)'이라는 허무주의적 태도에 대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블랙 필은 영화 '매트릭스'의 파란 약처럼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더 나아가 '게임은 조작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체념으로 이어지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글은 소프트웨어 품질 저하가 기술 부족이 아닌 비기술적 경영 압력과 개발자의 협상력 약화에서 비롯되며, 이에 맞서 개발자와 사용자가 주체성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소프트웨어의 품질 저하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개발자들은 소프트웨어 개선 의지가 강하지만, 경영진의 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개발자들은 '선의의 불복종(Benevolent Noncompliance)'이라는 우회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경영진 몰래 필수 작업을 수행하거나, 아이디어를 심어 경영진이 스스로 냈다고 믿게 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 전략조차 발각될 위험, 퇴사 압박, 내부 정치적 불이익 등 위험을 수반합니다. 컴퓨터 산업 초기에는 프로그래머의 희소성 덕분에 품질을 지킬 힘이 있었지만, 시장이 성숙하면서 개발자들도 다른 산업 노동자와 같은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품질은 개발자의 의지뿐 아니라 우연히 강했던 노동시장 협상력에 의존해 유지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광고, 알림, A/B 테스트, 추천 알고리듬, AI 에이전트, 다크 패턴 등은 사용자를 명령어 집합처럼 조종하는 '강압 소프트웨어(Coercionware)'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하드웨어와 관심을 제3자의 목적에 종속시키며, 심지어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처럼 인간의 뇌에 대한 임의 코드 실행 취약점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고를 조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강압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선택할 자유마저 빼앗으며, 결국 '컴퓨터는 실수였다'거나 'AI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블랙 필적 체념을 낳습니다. 저자는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OSS)의 본래 목적이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임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강압 소프트웨어에 저항하고 컴퓨터가 다시 사용자를 섬기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