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최대 수혜자를 자처하던 한 개발자가 1년 넘게 AI와만 일하면서 느낀 깊은 위화감을 에세이로 풀어냈습니다. 그는 소설 《삼체》에 등장하는 '지자(智子)'에 비유하며, AI가 일자리를 빼앗기 한참 전에 인간의 '몰입', '소유감', 그리고 '성장의 사다리' 같은 중요한 가치들을 조용히 먼저 가져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무한한 편의가 역설적으로 우리를 천천히 멈춰 세우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집니다.
필자는 AI 덕분에 혼자서 iOS 앱을 출시하고 데이터 분석, 디자인, 마케팅까지 해낼 수 있게 되었다며 AI의 효용성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고백합니다. 특히 AI가 반복적인 '노동(labor)'을 대체하며 인간에게 '작업(work)'과 '행위(action)'에 집중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AI는 '좋은 마찰'까지 없애버려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깊은 이해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손으로 스케치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던 과정이 AI가 만든 깔끔한 다이어그램으로 대체되면서, 결과물의 질은 높아졌지만 '내 것'이라는 소유감과 기억은 희미해졌다고 말합니다. 이는 MIT 미디어랩의 '인지 부채(cognitive debt)'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몰입 상실을 넘어 세대와 구조적인 문제로 확장됩니다. AI가 작은 버그 수정, 테스트 코드 작성, 단순 기능 구현 등 주니어 개발자들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낮은 계단'을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니어들은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아는 것 자체가 실력인데, AI가 너무 쉽게 답을 주면서 스스로 헤매고 삽질하며 배우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스탠퍼드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이 많은 직군에서 커리어 초반 고용이 감소한 반면, 경력자는 영향을 덜 받거나 오히려 늘어난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AI가 문서와 책으로 배울 수 있는 지식, 즉 주니어들이 시장에 들고 나올 수 있는 역량을 먼저 대체하며 '입구'에서부터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AI가 가져가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몰입할 기회'와 '성장할 기회'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AI 없이 당장 자신의 코드조차 읽어낼 자신이 없다고 고백하며, 자동화로 인한 '탈숙련'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항공업계가 자동조종 시대에도 수동 비행 훈련을 유지하고, 런던 택시 기사가 길을 외우는 시험을 통해 공간 기억을 단련하는 것처럼, AI 시대에도 인간 고유의 감각과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AI의 무한한 편의성 뒤에 가려진 인간적 가치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