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UB(전자책 표준) 검증 도구인 'epubcheck'를 통과한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없는 전자책 파일이 코보(Kobo) 리더기에서 '손상됨(corrupted)' 오류 메시지와 함께 열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자책 파일 자체의 형식 오류가 아니라, 코보 기기가 사용하는 어도비(Adobe)의 독점 전자책 렌더링 엔진인 RMSDK(Adobe Reader Mobile SDK)의 오래된 호환성 문제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max-width: min(150px, 30vw);'라는 단 한 줄의 CSS(Cascading Style Sheets) 코드였습니다. 이 코드는 CSS 레벨 4의 유효한 문법이지만, 2010년경 EPUB2 기반으로 만들어진 후 가볍게 업데이트만 된 RMSDK는 이 최신 CSS 기능을 지원하지 못합니다. RMSDK는 플렉스박스(flexbox), 그리드(grid), 수학 함수 등 현대적인 CSS 기능을 인식하지 못하며, 지원하지 않는 코드를 만나면 명확한 오류 메시지 대신 조용히 충돌하여 책 전체를 로딩하지 못하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 애플 북스(Apple Books), 토륨(Thorium) 등 다른 전자책 리더에서는 해당 EPUB 파일이 문제없이 작동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EPUB이라는 개방형 표준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듭니다. 'epubcheck'는 EPUB 구조와 규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사실상 표준 검증 도구이지만, 특정 렌더러의 구식 CSS 파서 문제까지는 잡아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코보 호환성을 확보하려면 'epubcheck' 통과 외에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Adobe Digital Editions)에서 실제 로딩 여부를 확인하는 추가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는 전자책 출판 및 배포 과정에 불필요한 복잡성을 더하며, 독자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일부 코보 기기 사용자는 '.kepub.epub' 파일 확장자를 사용하거나 'kepubify' 같은 도구로 변환하여 더 발전된 렌더링 엔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