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다양한 분야의 실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인간에게는 좋은 결과물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안목(taste)'만이 남을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안목이 단순히 결과물을 알아보는 능력을 넘어, 직접 만들고 실패하며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복합적인 역량임을 강조합니다. AI가 생성한 평균적인 결과물에만 노출되면 인간의 안목이 오히려 무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안목은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처럼 모든 실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결과물을 선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으로 비유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안목만 가진 것이 아니라, 평균을 뛰어넘는 실무자들을 직접 선별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졌던 인물들입니다. 대조적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기존 데이터에서 학습한 '평균'에 기반해 결과물을 생성하므로, LLM을 실무자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평균적인 결과물을 선택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진정한 안목은 예상치 못한 실패와 우연한 발견,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시도 속에서 고유한 스타일과 취향으로 발전하며 형성됩니다.
문제는 생성형 AI가 이러한 '만드는 과정'을 대신하면서 사용자가 실패, 우연, 한계와 마주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AI 결과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마치 특정 냄새에 익숙해져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AI 생성물의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후각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필자는 1년간 AI 결과물을 읽고 작업한 뒤 자신의 글에서 AI 특유의 문체와 운율이 느껴졌고, 품질과 통찰력이 떨어졌음을 인정하며 AI 도구의 근접성이 기존 안목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빠른 결과에 익숙해지면 안목을 기르기 위한 오랜 직접 작업의 동기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창성을 지키는 현실적인 대응은 생성형 AI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상한 예술'을 계속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독창적인 결과물조차 다시 AI 학습 데이터로 흡수되어 평균화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안목은, 단순히 무엇이 좋은지 아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평균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이는 기술적 도구의 발전 속에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판단력을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