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초기 투자 단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프리시드(Pre-seed) 라운드가 100만 달러(약 13억 원) 미만의 초기 자금으로 명확히 정의되었으나, 이제는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초과하는 투자도 프리시드라 불리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이는 시리즈A(Series A) 이전 단계의 투자 명칭이 실질적인 의미를 잃고, 모든 초기 투자가 사실상 '프리시리즈A'처럼 인식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 라운드 명칭을 자금 사용 목표보다는 다음 라운드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신호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가속화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큰 규모의 투자를 프리시드로 명명하면 이후 시드(Seed) 라운드를 더 크게 유치할 여지가 생기는 식입니다. 대표적인 프리시드 전문 VC인 프리커서(Precursor)는 과거 기업가치 2,000만 달러, 라운드 규모 400만 달러를 상한으로 두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초기 기업 생태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러한 기준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라운드 명칭이나 창업 경험 여부보다 '최고의 창업자'를 폭넓게 검토하여 투자 기회의 상단 퍼널(funnel)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AI 시대에 초기 VC의 경쟁력이 지분율이나 진입 가격 자체보다, 매 펀드 주기 수익 대부분을 만들어낼 소수의 극단적 성공 기업 주주명부에 들어갈 수 있는 전략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반영합니다. 투자 단계 명칭이 변하더라도, 최고의 기업에 합리적인 조건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초기 투자의 경제적 원리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입니다. 이는 VC 업계 전반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전략과 역할을 재검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