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John Deere)가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애리조나, 일리노이 등 5개 주 법무장관과의 합의에 따라 자사 농기계에 대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존디어가 공인 딜러에게만 제공하던 진단 및 수리 도구와 소프트웨어를 이제 장비 소유주와 독립 정비소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농민들이 값비싼 공인 딜러 서비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장비를 고치거나 원하는 독립 정비소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번 합의는 존디어가 농기계 수리를 불법적으로 제한했다는 혐의로 2025년 1월 반독점 소송을 앞두고 이루어졌습니다. 존디어는 5개 주에 반독점 집행 비용으로 총 100만 달러를 지급하고, 향후 10년간 엄격한 준수 감독을 받게 됩니다. 그동안 존디어는 수리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와 도구를 독점하여 고객들이 공인 딜러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FTC 고소장에 따르면, 존디어는 공인 딜러에게는 완전한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지만, 장비 소유주나 독립 수리점에는 전체 버전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농민들과 9,900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 합의에 이은 두 번째 '수리할 권리' 관련 조치로, 소비자 보상보다는 수리 서비스 접근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는 단순히 존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제품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수리할 권리' 논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 자동차, 심지어 대형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조사들이 독점적인 수리 정책을 고수하며 소비자와 독립 수리업체들의 불만을 사왔습니다. 특히 농업과 같이 장비의 가동 중단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서는 농민들이 제때 장비를 수리할 수 있는 권리가 생존과 직결됩니다. 이번 존디어 사례는 제조사가 제품 판매 후에도 소비자의 합리적인 수리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 다른 산업에도 유사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