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정부는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 활용, 스크래핑(scraping) 규제 등 업계의 주요 요구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규제합리화위원회 산하에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정부가 규제 혁신의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원칙 고수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시총 300억 원 기준이 적용될 예정인데, 벤처기업협회는 1년 유예와 복합 평가 기준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금융위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부실 기업 퇴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300억 원 기준 상향에 따른 업계 부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AI 학습 데이터 규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영상·이미지·음성 등 비정형 데이터의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 통과 시 6개월 내 시행령 정비와 심의 패스트트랙 운영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AI 학습용 표준계약서 마련과 저작권 권리 관리 정보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오는 20일부터 공공기관에 대한 본인전송요구권 확대 시행으로 제한될 예정이었던 스크래핑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습니다. 개인정보위는 스크래핑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협의를 신청한 기업은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700여 건의 신청이 접수되었으며, 8월 31일까지 3차 신청을 받아 소규모 사업자 및 마이데이터 자격이 없는 사업자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는 핀테크 업계의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필수적인 스크래핑 방식의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 외에도 비대면 진료 재규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여성 창업가 업력 기준 연장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대토론회는 정부가 규제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각 산업 분야의 특성과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AI 학습 데이터 원본 활용 특례 입법과 스크래핑 사전 협의 체제 전환은 관련 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코스닥 상폐 기준처럼 업계의 요구와 정부의 원칙 사이에 간극이 남아있는 과제들은 향후 규제합리화위원회의 후속 조치를 통해 추가적인 논의와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조성 약속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