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구의 발전으로 앱 스캐폴딩, 이메일 초안 작성, 대시보드 스타일링, 문서 요약 등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실행(execution)의 하한선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빠르고 쉽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단순한 속도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엇을 만들고, 언제 출시하며, 무엇을 과감히 버릴지 결정하는 능력, 즉 '취향(Taste)'이 소프트웨어의 핵심 차별 요소이자 새로운 경쟁 우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2021년만 해도 빠른 출시가 경쟁 우위였지만, 이제는 AI 덕분에 빠른 출시는 기본값이 되었고, 심지어 '잘못된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마저 쉬워졌습니다. 이는 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취향 없는 속도'는 대규모로 증폭된 소음(noise at scale)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대시보드를 만들고, 온보딩 플로우를 출시하며, 홈페이지 헤드라인을 수십 번 재작성해도, '진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가', '사용자에게 마법처럼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가'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는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 전략적 사고, 그리고 '취향'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취향은 단순히 스타일리시함을 넘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방해가 되는지, 무엇이 사용자에게 기쁨이나 신뢰를 주는지에 대한 '내부 나침반(internal compass)'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주일 걸려 만든 기능이라도 사용자 경험에 마찰을 더한다면 과감히 제거하는 판단, 또는 사용자가 가장 먼저 보는 버튼의 문구 하나에 집착하는 판단이 바로 취향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근육'처럼 단련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어려워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며, 고객 지원 현장에 함께 앉아 있거나 영업 통화를 경청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강화됩니다. 최고의 엔지니어들은 코드를 더 많이 쓰는 대신,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여 제품을 개선하는 '편집자형 엔지니어(editor-engineer)'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가 10개의 버튼을 제안하더라도, 취향을 가진 엔지니어는 그중 9개를 제거하여 본질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예'보다 '아니오'를 더 많이 말하고,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전문 용어 없이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고 기능적인 것과 완성된 것의 차이를 구분하여 제품을 빚어냅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세계에서 창업자에게 진정한 우위는 속도가 아니라 '명료함(clarity)'과 '집중(focus)'입니다. 수많은 성장 해킹(growth hacking) 아이디어 사이에서 방황하기보다, 이미 시도 중이지만 아직 제대로 못 한 가장 강력한 레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자들 또한 창업자가 로드맵을 설명할 때, 무엇을 잘라냈고 무엇을 남겨뒀는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 그들의 취향과 명확성을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새로운 10배(10x)의 가치는 단순히 많은 산출물(output)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편집적 정밀함(editorial precision)'에서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