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들이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AI 리더들과 만나 대규모 AI 투자 및 협력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등, AI 경쟁의 전선이 언어 모델을 넘어 '움직이고 생산하는 AI'로 확장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서밋의 핵심은 AI 경쟁 지형의 변화에 있습니다. 기존 AI 경쟁이 거대 언어 모델(LLM) 학습과 자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컴퓨팅 자원, 에너지, 데이터 확보를 넘어 이를 산업과 일상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 중심의 지능이 로봇, 공장 라인, 차량 등으로 확장되는 '피지컬 AI' 시대를 의미합니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팩토리 및 차세대 메모리 협력을,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0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메모리 및 파운드리 협력을, 네이버는 엔비디아 및 브룩필드와 1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서 'AI 팩토리'는 지능을 생산하는 데이터센터와 AI가 실제 생산 공정을 운영하는 지능형 제조공장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산업 경쟁력 확보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모델 경쟁에서 한국이 핵심 부품 공급자(HBM 등) 역할에 가까웠다면, 피지컬 AI 경쟁에서는 제조 현장과 실물 데이터를 가진 산업 주체로서 전면에 설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로봇을 한 나라 안에서 설계하고 양산할 수 있는 한국의 산업 구조는 지능에 '몸을 입히는 공정'을 구현하는 데 있어 희소하고 강력한 강점입니다. 정부는 한국을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이자 '글로벌 AI 테스트베드 및 생산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회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가와트(GW) 단위의 AI 팩토리는 막대한 전력망과 냉각 인프라, 지역 수용성을 전제하며, 피지컬 AI는 로보틱스와 AI를 아우르는 인재를 요구합니다. 또한 도시 단위 지능화는 규제와 사회적 합의라는 더 느린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엔비디아 플랫폼 의존도가 깊어지는 만큼, 그 위에서 독자적인 AI를 구축하는 숙제도 남아 있습니다. 이번 서밋은 한국이 더 큰 역할을 맡을 기회가 열렸음을 보여주었지만, 천문학적 투자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고, 의향서를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기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