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브랜드명을 정하고, 미국 상표 출원(trademark application)을 마친 뒤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면 상표권 확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상표 실무에서는 이러한 판단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미국 상표심판원(TTAB)은 최근 'In re Everwise Credit Union' 사건에서, 상표현대화법(Trademark Modernization Act of 2020, TMA)에 따른 재심사 절차에서 내려진 상표 등록 취소 결정을 유지하며, 단순한 리브랜딩 준비만으로는 미국 상표 사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1931년에 설립된 인디애나주의 대형 신용협동조합인 에버와이즈 신용조합(Everwise Credit Union)이었습니다. 이들은 'Teachers Credit Union(TCU)'이라는 기존 이름이 교사 중심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어, 더 넓은 고객층을 포괄하기 위해 'Everwise Credit Union'으로 리브랜딩을 추진했습니다. 2019년 6월 새로운 상표를 사용의도출원(Intent-to-Use application, ITU) 방식으로 출원했고, 2020년 4월 등록허가통지(Notice of Allowance, NOA)를 받았습니다. 이후 6개월 단위로 최대 5회까지 연장 가능한 사용진술서(Statement of Use, SOU) 제출 기한을 모두 소진하여 최종 마감일은 2023년 4월 14일이었습니다. 문제는 SOU 최종 마감일인 2023년 4월 14일에는 에버와이즈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론칭되지 않았고, 실제 사명 변경 및 서비스 제공은 약 두 달 뒤인 2023년 6월 26일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TTAB은 제출된 웹사이트 견본에서 'EVERWISE CREDIT UNION' 문구가 본문 속에 다른 문장과 같은 글꼴, 같은 크기로 묻혀 있어 소비자가 이를 금융 서비스의 출처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상표를 예약하기 위한 형식적인 사용이 아닌, 통상적인 거래 과정에서의 '진정한 사용(use in commerce)'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상표법의 '사용주의(Use in Commerce)'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단순히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증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상표현대화법(TMA) 도입 이후 불사용 말소(expungement) 및 재심사(reexamination) 절차가 강화되면서, 제3자가 특정 기준일에 실제 사용이 없었음을 입증하여 등록 상표를 공격하기가 더 쉬워졌습니다. 이는 '미국 런칭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먼저 내고 실제 서비스 제공은 나중에 시작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은 상표 출원일 관리에서 나아가, 제품 출시일, 서비스 오픈일, 웹사이트 공개일, 앱스토어 등록일, 미국 유통 개시일, 보도자료 배포일, 그리고 SOU 제출 기한을 하나의 통합된 캘린더 안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ITU 출원을 한 기업이라면 NOA 이후 SOU 마감일을 단순한 서류 기한이 아닌 '실제 사용을 입증해야 하는 날'로 인식해야 합니다. 만약 기한 내 실제 사용이 어렵다면, 무리하게 불충분한 견본을 제출하기보다는 새로운 ITU 출원을 검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 상표 전략의 핵심은 하루라도 빨리 등록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훗날 공격받아도 버틸 수 있는 '실제 사용 증거'를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마케팅팀의 런칭 캘린더와 IP팀의 상표 캘린더가 어긋나는 순간, 상표권은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