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이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오라클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부채와 자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등급 하향에도 불구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추가 하향 시 투기 등급으로 진입할 수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2027 회계연도(내년 5월 종료)의 투자 전망을 기존 예상치인 600억 달러에서 900억~950억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GPU와 네트워크 장비 등 AI 관련 부품 비용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S&P는 같은 회계연도에 약 420억 달러의 잉여 영업 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하고, 오라클이 이를 부채와 자본 조달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미이행 계약 서비스 6,380억 달러 중 약 절반이 오픈AI 관련 물량으로 추정되면서, 단일 고객 의존도가 핵심 신용 위험으로 떠올랐습니다. 만약 오픈AI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오라클은 쉽게 해지하거나 다른 고객에게 이전하기 어려운 장기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떠안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은 오라클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을 보여줍니다.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비중은 2026 회계연도 약 27%에서 2028년에는 거의 6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경쟁사에 비해 외부 고객 의존도가 높고 산업 침체를 견딜 재무 유연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지난 12개월 동안 전체 인력의 약 13%인 2만1,000명 이상을 감축하는 등 인건비를 줄여 인프라 비용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부채로 조달하는 AI 투자를 닷컴 버블 및 금융위기와 비교하며, 엔비디아(Nvidia)와 오픈AI 관련 부채가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오라클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거품 붕괴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더 넓은 시장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Amazon) 또한 최근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장은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자금의 투자수익률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업의 현금흐름이 없는 AI 전문 기업들에게는 특히 좋지 않은 징조이며, 자금이 마르면 전체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AI 시장에서 승자 독식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몇몇 대형 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모든 초대형 도전이 성공할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