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체계였던 에니그마(Enigma)는 연합군에게 큰 난제였습니다. 최근 한 개발자가 베리타시움(Veritasium) 유튜브 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아, 에니그마 암호 해독의 핵심이었던 튜링-웰치만 봄베(Turing-Welchman Bombe)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여기에 확률 기반 AI 모델인 Jev를 적용하여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의 해독 과정을 재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역사적 난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enigma-jev'라는 이름의 이 소프트웨어는 실제 에니그마 I, M3, M4 모델을 시뮬레이션하고, 웰치만(Welchman)의 대각선 보드(diagonal board)를 포함한 봄베의 작동 방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특히, 블레츨리 파크의 해독 과정에서 인간 분석가들이 수행했던 두 가지 핵심 판단, 즉 '어떤 추정 구문(probable phrase, crib)을 시도할 것인가'와 '해독된 결과가 실제 독일어 평문인가'를 AI 모델 Jev가 대신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Jev는 '이것이 독일어 해독문인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AUC(Area Under the Curve) 0.9999라는 놀라운 정확도를 기록하며 160개 중 159개 사례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Jev가 해독된 텍스트의 언어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매우 뛰어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Jev는 암호 해독의 첫 단추인 '크립(crib) 선택'에서는 고정된 목록보다 나은 성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이는 암호 해독에서 초기 가설 설정의 중요성과, 아직 AI가 인간의 직관적 판단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ev는 올바른 크립이 주어졌을 때 25개 메시지 중 22개를 해독해냈으며, 이는 1940년대 블레츨리 파크의 해독가들이 직면했던 난관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복잡한 암호 해독 과정을 현대 AI 기술로 재해석하고, 그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