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집단소송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타트업계가 법안 설계 보완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은 피해자 구제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제정안이 자본과 법무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쟁점이 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입니다. 이는 피해자가 소송에서 빠지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자동으로 소송 당사자로 묶이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둘째는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산업 분야에 집단소송을 적용한다는 점이며, 셋째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까지 소급 적용하는 규정입니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식 집단소송이 남소와 고비용 소송으로 전문 로펌의 이익 추구에 이용되는 폐해가 있어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옵트아웃, 전 분야 적용, 기한 없는 소급 적용을 한꺼번에 담은 제정안의 조합은 주요 7개국(G7)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이는 벤처 투자의 전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평균 자산총계가 85억 원 수준인 국내 벤처기업에 1인당 배상 단가와 이용자 수를 곱하는 배상 구조가 적용될 경우, 잠재 배상액이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과거 사건에 대한 소급 위험은 투자 전 실사로도 걸러낼 수 없어 시드(Seed) 등 초기 단계 투자가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이용자가 많은 소비자 대상(B2C) 스타트업일수록 잠재 배상액이 커져 보험 가입과 후속 투자 유치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금력과 법무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단 한 번의 집단소송은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위축시키고,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인 스타트업 투자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국회는 피해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더욱 정교하고 신중한 법안 설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