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게임 두 개를 한 화면에 섞어 플레이하는 기발한 영상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든링(Elden Ring)' 보스전에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Call of Duty: Modern Warfare 2)' 맵에서 '스케이트 3(Skate 3)'의 보드를 타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AI로 만든 가짜 영상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패스스루(passthrough) 모드'라는 새로운 모딩(modding) 기술을 통해 구현된 결과물들입니다.
이러한 패스스루 모드는 두 게임을 동시에 실행하면서 한 게임이 월드(지형과 배경)를 제공하고 다른 게임이 조작(이동, 전투 등)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모드는 두 게임 사이에서 위치, 충돌 판정, 화면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교환하여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보이게 합니다. 예를 들어, '스카이림(Skyrim)'과 마인크래프트를 결합한 '스카이크래프트(SkyCraft)'는 스카이림의 세계에서 마인크래프트의 블록 설치와 전투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기존 게임 엔진을 러스트(Rust) 같은 언어로 새로 구현한 뒤, 원본 게임의 데이터(지도, 모델, 무기 등)만 불러와 자체 엔진에서 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체즘(chasm)'이라는 모더가 모던 워페어 2와 스케이트 3를 결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패스스루 모드 열풍의 배경에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코딩 도구들이 있습니다. 'IW4L' 프로젝트는 전체 코드가 LLM으로 작성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체즘 역시 자신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즉 AI가 생성한 코드를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오픈AI의 코덱스(Codex)와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5.5가 게임 역추적, 자산 연결, 최적화 등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부 모더들은 서너 시간 만에 두 게임을 결합하는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체즘이 스케이트 3 모드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된 프로젝트는 AI 코딩 도구와 함께, '덤배드(dumbad)'라는 개발자가 2년 넘게 스케이트 3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하여 만든 도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AI는 게임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고 코드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섬세한 조작감 조정이나 게임의 재미를 판단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수작업과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즉, AI는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수년에 걸친 인간의 분석과 노력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모딩 방식은 게임 커뮤니티에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저작권 문제와 AI 코드의 품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액티비전(Activision)은 모던 워페어 2 소스 코드 복원 시연 영상에 대해 저작권 신고를 했고, 베데스다(Bethesda)의 모회사 제니맥스 미디어(ZeniMax Media)는 AI로 만든 팬 게임 '폴아웃: 뉴욕(Fallout: New York)'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실제로 다운로드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패스스루 모드가 많지 않아, 이 현상이 단순한 구경거리로 끝날지, 아니면 게임 모딩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